※ 이 글은 의료 전문가의 진료나 상담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RP(Retinitis Pigmentosa)범맥락막위축(Choroideremia)이 의심되시는 경우에는, 꼭 망막 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안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더 정확한 정보와, 더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다듬어 보완 및 업데이트할 예정이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현재 페이지의 URL로 들어와 확인하시면 됩니다. 우리나라에 환자가 몇 없는 희귀 질환이다 보니 정보가 너무 없어서 환자인 제가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1. 범맥락막위축? 이름은 어렵지만 핵심은 간단함

1.1 사람의 성염색체는 XY, XX로 나뉘고 CHM은 X 염색체에 있음

사람은 성염색체를 두 개 가짐. 남성은 XY, 여성은 XX. 그러니까 우리가 아빠로부터 Y, 엄마로부터 X 성염색체를 물려받으면 아들로 태어나는 거고, 그게 아니면 딸이 되는 거임. CHM 유전자는 이 중 X 염색체에 존재함. 남성은 X 염색체가 하나뿐이기 때문에 이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면 질환이 바로 발현됨. 따라서 CHM 돌연변이에 의한 질환은 대부분 남성에게 나타남. 여자의 경우, 하나의 X 성염색체에 문제가 있어도 다른 X가 보완을 해 주기 때문에, 병이 거의 발현되지 않는 보인자로 남는 경우가 많음. 

1.2 CHM 유전자가 망가지면 REP1 단백질이 생성되지 않음

CHM 유전자는 Rab Escort Protein 1 (REP1)이라는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 역할을 함. 이 단백질은 세포 내 물질 운반을 담당하는 Rab 단백질의 작동을 돕는 역할을 함. 우리 몸은 많은 부분이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몸의 각 부분을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단백질은 저마다 생김새도 다르고, 역할도 다름. 그 개별적인 단백질들을 섬세하게 설계해 주는 게 유전자고, 사실 겉보기에 어마어마하게 달라보이는 많은 것들은, 유전자의 어느 한 부분에 생긴 아주 작은 차이 때문인 경우가 많음. 눈이 아주 건강한 사람과, 눈이 아예 안 보이는 사람의 차이가 그저 유전자 어느 한 부분의 분자 구조 하나의 차이일 수 있다는 말임. 

앞으로 기억해야 할 것은 REP1 단백질, 그리고 Rab 단백질임. 

1.3 REP1이 없으면 Rab 단백질이 제 기능을 못함

Rab 단백질은 세포 내부에서 소포를 정확한 위치로 운반하는 기능을 담당함. 소포(Vesicle)단백질, 효소, 신호물질, 쓰레기 같은 걸 담고 이동하는 녀석임. 하지만 REP1이 없으면 Rab 단백질이 적절히 기능할 수 없으며, 세포 내 물류 시스템 전체가 작동을 멈추게 됨. 이로 인해 망막과 관련된 세포들의 기능이 점차 소실됨.

그러니까 CHM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면 REP1 단백질을 못 만들고, REP1 단백질이 없으면 Rab 단백질이 기능을 못 하고, Rab 단백질이 기능을 못 하면 소포가 제 역할을 못하는 순서임. 이게 CHM 유전자 변이로 인해 병이 생기는 기전의 대략적인 흐름임. 

2. 눈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2.1 RPE → 맥락막 → 광수용체 순으로 기능 저하가 발생함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부위는 망막색소상피(RPE)임. 이 세포는 광수용체의 유지보수팀 같은 거야. 광수용체가 매일 만드는 찌꺼기도 치워 주지. (광수용체는 빛을 우리 뇌가 이해할 수 있는 전기신호로 바꾸는 세포고, 맥락막은 눈에 산소랑 영양분 공급하는 혈관 덩어리 층임.) 근데 이게 손상되면 그 위에 존재하는 광수용체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점점 망가짐. 똥을 쌌는데 그걸 늘 치워주던 사람이 갑자기 치우는 걸 멈춰서 독이 올라 내 몸이 망가지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동시에 그 아래 혈관층인 맥락막은, 원래 망막색소상피와 활발하게 교류를 해야 하는데 망막색소상피가 죽으니까, 걔한테 영양분 공급을 할 필요도 없어지고, 노폐물을 받아올 필요도 없어지고, 그러니까 혈류 자체가 줄어들고, 그러면서 점점 위축되는 등 퇴화가 진행돼. 

그래서 범맥락막위축(choroideremia)이라는 질환은, 맥락막이 저런 식으로 쪼그라드는 게 두드러지게 관찰이 돼서 붙은 이름이고, 맥락막의 위축 자체가 근본적인 병의 원인은 아니야. 

2.2 결국 중심시야까지 위축이 진행됨

초기에는 주변 시야에서 위축이 시작되며 자각 증상이 적을 수 있음. 그러나 진행되면 점점 중심시야까지 침범하게 되며, 말기에는 실명에 이를 수 있음.

3. RP와 CHM은 명확히 다른 질환임

3.1 RP는 광수용체 자체에 이상이 생김

RP(망막색소변성증)는 RHO, RPGR 등 광수용체 자체의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임. 야맹증과 말초 시야 소실이 빠르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임.

반면에 CHM(범맥락막위축)은 좀 다름. CHM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면 → Rab 단백질을 도와주는 REP1 단백질이 안 만들어짐 → 그러면 세포 안에서 소포 이동이 꼬이면서 RPE(망막색소상피)가 먼저 망가짐 → 그 영향으로 광수용체가 지지를 못 받고 점점 망가지고, 결국 그 아래에 있는 맥락막도 같이 퇴화하는 식으로 진행됨.

즉, CHM은 광수용체를 간접적으로 망가뜨리는 병이고,
RP는 광수용체를 직접적으로 망가뜨리는 병이라는 차이가 있음.

3.2 CHM은 세포 내 수송 시스템에서 문제가 시작됨

방금 한 말의 반복이지만, CHM은 광수용체 자체보다는 그 주변을 지지하고 유지하는 세포들(RPE, 맥락막)에서 시작됨. RP는 수용체 자체 손상 → CHM은 세포 유지 시스템 붕괴라는 구조적 차이가 있음.

4. 유전자 변이는 어떤 영향을 주는가?

4.1 nonsense, frameshift 변이가 흔함

CHM 유전자 돌연변이의 대부분은 단백질 생성 자체를 멈추게 하는 변이임. 예: nonsense mutation(조기 종결), frameshift mutation(틀 이동) 등.

4.2 단백질 생성이 특정 지점 이후 중단됨

사람의 DNA는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사이토신(C)이라고 불리는 네 종류의 염기가 어떤 순서로 배열된 형태야. 이 배열 순서가 곧 유전정보임. 그런데 예를 들어, CHM 유전자의 526번째 염기에서 C가 있어야 할 자리에 T로 바뀌면, 해당 코돈이 조기종결 신호로 바뀌게 되어 단백질 생성이 중간에서 멈춤. 이 경우 REP1 단백질이 기능을 가지기 전에 끊겨버림.

코돈이라는 건 염기 3개로 이루어진 단위야. RNA는 DNA의 사본이자, 단백질 만들기 전에 나가는 중간 전달자 같은 건데, 예를 들어 DNA에 ATG라는 염기서열이 있으면, RNA로 전사될 때는 AUG라는 코돈이 돼. 이 코돈은 어떤 아미노산을 만들라는 명령어 역할을 해. 그런데 만약 ATG에서 염기 하나가 빠지거나 잘못되면, RNA에서도 그 부분이 틀어져서 정상적인 코돈 단위로 나뉘지 않게 되고, 결국 단백질 전체 설계가 엉망이 되는 연쇄 반응이 일어나는 거야.

5. 치료는 어디까지 와 있는가?

5.1 AAV 기반 유전자치료는 임상 3상 진행 중

CHM은 원인 유전자가 명확한 단일 유전자 질환이기 때문에 유전자 보충 치료가 가능한 대표적 사례임. 현재 AAV2 벡터를 이용한 치료제(SPK-7001 등)가 임상 3상에 진입해 있음.

5.2 구조 보존이 중요하며 조기 치료가 유리함

손상된 조직의 회복은 어렵기 때문에, 망막 구조가 유지될 때 가능한 빠른 시점에 치료를 받는 것이 예후에 중요함.

6. 정리: CHM은 희귀하지만 타겟이 명확한 질환임

CHM은 유전자 하나의 결함으로 인해 시작되는 희귀질환이지만, 병인기전이 비교적 잘 밝혀져 있고 유전자 기반 치료의 가능성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음. 정확한 이해와 조기 진단, 치료 접근이 중요함. 

앞으로 글 꾸준히 업데이트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