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보청기 구매를 경험한 개인(나와 우리 엄마)의 경험담일 뿐임. 보청기 협찬이나 광고 그런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셈. 혹시라도 광고를 받게 된다면 서두에 미리 밝히겠음. 한 5년 후면 광고가 들어오려나?ㅋ
보청기를 구매하게 된 계기
해외에서 5년 공부하다가 중도 포기(!)하고 한국에 들어왔을 때였음. 중간에 한 달 정도 한국에 온 적은 있긴 하지만 그거 감안하고도 3년만에 돌아온 집이었음. 그런데 내가 귀국한 후로 제일 먼저 눈에 띄었던 게 바로 나이 든 엄마였음. 그게 뭐 주름이 더 생기고, 그런 비주얼적인(?) 문제가 아니라, 눈이나 귀, 턱관절, 심지어는 발성적으로도 기능이 많이 망가지셨더라고. (맴찢...)
초인종이 울려도 소리를 못 듣고, 무슨 말을 해도 한 번에 알아듣는 법이 없고 "응?", "어?" 하고 되묻는 게 거의 습관이 되었음. 이비인후과 가서 청력 검사를 받아 보니 (노인성) 난청이 있으신 것 같더라.
맞아, 처음에 이비인후과를 찾았던 건 난청 자체보다는 이명 때문이었던 것 같음. 하루종일 귓가에서 매미 소리가 들린다고. 그러다가 고음부에서 난청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지. 고음부에 난청이 있으면, 모음은 주로 저음부라 여전히 잘 들리는데 자음 구분을 잘 못 하게 돼. 시원하고 명쾌하게 들리는 게 아니라 웅얼거리게 들리는 거야. 그러니까 어르신들이 그렇게 TV 소리를 키우는 거지, 개운하게 들리지가 않으니까... 자음이라는 건 막 혀랑 치아랑 입술이랑 마찰을 일으키면서 고음에서 발생하는 거거든.
그런데 이명도 그렇고, 치매도 그렇고(아직 치매가 있지는 않으심), 못 들으면 더 심해진대. 이명이라는 게 생기는 메커니즘 중 하나가, 내가 난청으로 못 듣는 소리가 있을 때, 청각세포가 반응을 안 하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뇌랑 그 세포랑 연결된 경로가 과하게 반응하면서 없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거임. 그래서 보청기 같은 보조도구를 이용해서라도 "최대한 잘 들으면서, 세상과 잘 소통하면서 사는 게" 귀고 덜 나빠지고, 사회적으로도 덜 위축되고 정신도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너무 당연한 방법인 거야.
엄마는 "이 나이에 무슨 보청기를 벌써..."라고 하시지만 보청기를 하네 마네는 이미 선택사항이 아니었던 거임. 당연히 쓰긴 써야 하는데, 어디서, 어떤 브랜드를 사느냐가 문제였던 거지. 그래서 당시에 보청기에 대해 엄청 공부를 했었음.
보청기의 가격은 왜 이렇게 비싼가
근데 보청기 엄청 비싸거든? 비싼 건 정말 비싸. 의사 선생님도 그걸 아시니까, 먼저 말씀을 하시더라. "보청기는 150만 원만 돼도 좋은 거 쓰는 거예요." 양쪽 가격을 말하는 거야. 보통 많은 보청기 판매점들에서 "한 쪽에 400만 원인데 50% 할인해서 양 쪽을 400만 원에 드립니다"는 식으로 홍보를 많이 하는데, 50% 정도의 할인은 모든 판매점에서 다 해. 그런데 거기서 70%까지 더 내리는 건 판매점 재량인 거니까, 저렴한 판매점을 찾아가면 돼. 판매점이랑 제조사는 다른 거 알지?
나는 실제로 방문해서 상담을 받았던 건 두 곳이었음. 별로 안 좋은 후기는, 그 업체에 피해가 갈 수도 있으니까 남기고 싶지 않아 브랜드는 안 밝히겠지만 처음 갔던 곳은 다짜고짜 제일 비싼 모델을 보여 주더라고. 아는 사람이 하는 곳이라고 해서 굳이 간 건데 말이야. 별로 진정성도 안 느껴지고 그래서 내가 좀 더 알아봐서 다른 곳을 찾아봤어.
보청기는 왜 이렇게 비쌀까? 최신 기술이 들어가서? 왜일 것 같아?
사실 휴대폰이 보청기보다 훨씬 최신 기술이지. 보청기는 그냥 마이크로 들어오는 소리를 확대(증폭)해 주는 장치일 뿐임. 그건 사실 모든 스피커에 기본으로 있는, 너무 기초적인 기술이고. 요즘은 블루투스, AI 등의 기능도 들어가고, 앱으로 조절도 할 수 있고, 보청기를 차도 티가 잘 안 나게 소형화도 많이 되면서 기술이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그거 감안하고도 보청기가 휴대폰보다 훨씬 최신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거나 하지는 않아. 그런데 보청기가 그토록 비싼 이유는, 쓰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그럼.
보청기를 쓸 정도로 난청인 사람이 휴대폰 사용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굳이 비하자면 너무 소수고, 사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가격이 저렴하면 뭐 제조사도, 판매사도 이윤이 안 남겠지. 그러니까 어쩌다가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비싼 가격에 팔 수밖에 없는 거야, 구조 자체가.
그런데 엄마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렇게 비싼 돈을 들여서 장만을 해 놓고 정작 보청기가 너무 불편해서 몇 번 사용하다가 그냥 안 쓰고 방치하는 경우도 있음.
이건 시리즈로 쓰는 글인데, 앞으로 몇 편을 더 쓰면서 보청기를 사용하면서 겪을 수 있는 불편함들, 브랜드 비교, 진짜 사용하게 되는 보청기 고르는 방법, 개인적인 추천 등 많은 이야기들 더 풀도록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