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아빠가 병원에서 당뇨 소리를 듣고 온 이후로 자가혈당측정기를 한 사람에 하나씩 구비했음. 정작 당사자인 아빠는 본인은 당뇨가 아니다, 10년째 이 수치다라는 말을 반복함. 하지만 의사 선생님이 메트포르민 같은 당뇨 치료제를 괜히 처방했겠음? 우리 아빠의 당화혈색소는 6.2%로, 정해진 기준상으로는 전당뇨로 분류됨. 하지만 내가 존경하는 어느 의사는 6.3%만 되더라도 사실상 당뇨라고 말한 적 있었음. 또 병원에서 측정한 공복 혈당이 130이 나왔으니, 어쨌든 당뇨든 당뇨에 가까운 전당뇨든 당뇨라 생각하고 관리하는 게 맞는 것 같았음. 의사 선생님도 분명 같은 마음이었을 거임, 고혈압에 고지혈증까지 있으니 특히 더. 

엄마의 경우 정상에 가까운 전당뇨 수치임. 엄마는 망막 질환이 있어서 혈관 건강이 치명적으로 중요함. 그래서 내가 일부러 혈당측정기를 별도로 사드렸고, 나도 경각심 가지려고 하나 구비함. 

혈당검사지는 왜 이렇게 비싼가 

보통 혈당측정기를 사면 기계와 혈당검사지가 세트로 옴. 이후로 혈당검사지를 다 쓰면 검사지만 따로 구매해야 함. 프린터처럼 기계와 소모품이 세트인 경우, 기계는 저렴하고 소모품은 비싸게 책정되는 경우 많음. 이 혈당검사지가 딱 이 경우임. 매일 측정해야 하는 걸 고려하면 좀 비싸다는 생각 듦. 

혈당검사지는 다른 회사 측정기와 거의 호환이 안 됨. 그래서 그 브랜드 측정기와 검사지를 같이 써야 함. 측정기는 A 브랜드, 검사지는 B 브랜드를 쓸 수 없다는 말임. (광고, 협찬 아님) 나는 그나마 다른 검사지의 거의 절반 가격인 보령 혈당 측정기와 검사지를 쿠팡에서 주문해 쓰고 있음. 

혈당 측정하다 보면 생기는 의문

집에서 혈당을 측정하다 보면 생기는 대표적인 의문들이 있음. "왜 잴 때마다 혈당이 다를까", 그리고 "공복 혈당이 왜 이렇게 높게 나올까". 그런데 공복 혈당은 그 자체로 큰 주제라서 여기서는 혈당 측정 오차에 대해서만 언급함.  

왜 잴 때마다 혈당이 달라?

우리 엄마랑 아빠가 혈당측정기에 불신을 가지는 가장 첫 시작점이 이거임. 보통 혈당이 "잘 나오면" 혈당을 굳이 다시 재지는 않음. (웃기지?) 근데 혈당이 내 생각보다 높게 나오잖아? 그러면 "어머, 이건 뭔가 잘못됐어" 하고 혈당을 다시 재본단 말이야, 본인 마음 편해지려고. 그런데 그렇게 했을 때 막 10~20씩 낮게 나오는 경우가 있음. 그럼 이런 말이 절로 나옴.

"이거 완전 엉터리네!

그럼 이런 오차는 왜 생기는 걸까? 사실 혈당계와 검사지 자체에 허용되는 오차가 있고, 여러 환경 요인들이 영향을 줌. 

"아니, 나는 바로 다시 쟀는데도 그랬다니까? 똑같은 조건에서?"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그 자가혈당측정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자. 

자가혈당측정기의 작동 원리

혈당측정기의 원리는 생각보다 단순함. 혈당검사지 끝부분에는 아주 얇은 전극이 붙어 있음. 우리가 손가락을 찔러서 한 방울의 혈액을 올리면, 혈액 속의 포도당이 스트립에 있는 효소와 반응함. 이때 미세한 전류가 발생하고, 그 전류의 세기를 측정기가 읽어서 혈당 수치로 환산하는 구조임.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전류가 아주 미세해서 외부 환경이나 피 한 방울의 상태에도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임. 피가 너무 적거나 공기와 접촉해 살짝 굳었으면 반응이 제대로 안 일어나 수치가 낮게 나올 수 있음. 손가락에 물기나 로션이 묻어 있으면 혈액과 섞여 실제보다 혈당이 낮거나 높게 나올 수 있고, 스트립을 오래 공기 중에 두면 효소가 약해져서 역시 값이 흔들림.

그래서 같은 시간대라도 재는 조건에 따라 10~20mg/dL 정도 차이는 흔한 일임. 실제로 병원에서 쓰는 혈액검사처럼 정확하게 맞출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음.

결국, 집에서 혈당을 잴 때는 조건을 최대한 일정하게 맞춰야 함. 손을 깨끗이 씻고 말린 다음, 첫 방울은 닦고 두 번째 방울로 측정하면 훨씬 안정적인 결과가 나옴. 스트립은 유효기간과 보관 상태도 꼭 확인해야 하고, 너무 믿지 말고 흐름 위주로 보는 게 좋음.

정확도가 낮다면 혈당 측정이 의미가 없을까?

내 경험에 의하면, 자가혈당측정기도 어떤 경향을 보는 데에는 충분히 유의미함. 예를 들어 같은 식사를 하고 엄마와 내 혈당을 동시에 재면, 좀 더 건강한 내 혈당이 훨씬 낮게 나와. 또 어쩌다 혈당이 높게 나왔을 때 열심히 근력 운동을 하고 다시 재면 눈에 띄게 수치가 낮게 나와. "하나의 수치"는 오차로 인해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는데, 그 수치들이 만들어내는 경향은 충분히 유의미하니까 항상 같은 조건에서, 꾸준히 측정하는 게 중요함. 

혈당을 측정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경각심을 가지기 위해서임. 사람들 중에는 식습관도 엉망이고 건강검진에서 공복 혈당도 높은데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도 있거든? 왜냐하면, 건강을 한번 관심사로 두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이 염려가 생길 수 있어. 그래서 아예 외면해 버리는 거야. 그런데 내 건강 지표를 수치로 직접 확인하고 나면, 아주 자연스럽게 경각심이 들어.

맛있는 빵, 떡이 "탄수화물"로 보이기도 하고,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면서 그 청량한 맛에 취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거기 들은 액상과당이 몸에 어떤 속도로, 어떤 방식으로 부담을 주게 될까가 머리에서 자연스레 시각화가 되기도 하지. 

수치 하나에 초조함을 갖는 건 좋지 않음. 하지만 수치를 재는 행위 자체는 편안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