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는 원래 주로 정보성 글들을 올리는 블로그임.

정보성이라는 게 뭐냐면, 예를 들어 "나는 사과가 좋아!" — 이건 정보가 아님. 나한테 관심 없는 타인 입장에서는 그냥 “그래서 어쩌라고?”가 되는 문장임.

근데 "어느 마트에 가면 맛있는 사과를 엄청 저렴하게 팔아" — 이건 정보임. 이건 나라는 개인에만 국한되지 않고, 누구에게나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얘기니까. 이런 게 정보성임. 많은 사람이 이걸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니까.

정보성 인간과 서사성 인간

주변에 아주 상식적이고, 예측 가능하고, 타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음. 그런 사람들을 나는 정보성 인간이라고 부르고 싶음.

정보성 인간은 반응이 예측 가능함. 예측 가능하면 타인은 그 반응을 다루는 법을 알게 되고, 관계가 편해짐. 게다가 그 사람이 내게 이득도 주니까, 자연스럽게 중요한 사람으로 자리 잡게 됨.

대표적인 정보성 인간은 연예인들임. 시청자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일관되게 살아감. 사람이 일관되니까 타인이 보기에 안정감이 생기고, 그 안정감이 사람들을 끌어당김.

그렇다면 정보성의 반대는 뭘까? 나는 그걸 서사성이라고 생각함.

서사라는 건 하나의 문장으로 완성되지 않음. 여러 순간이 겹겹이 쌓이면서 전체적인 맥락이 생기고, 그 안에서 의미가 만들어짐.

예를 들어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 건너면 안 된다" — 이건 하나의 정보임. 그냥 그 문장 자체만으로도 가지는 의미가 있음.

근데 "신호등을 기다릴 인내심이 없다", "그래서 빨간불에 그냥 뛰었다", "결국 차에 치였다" → 이런 식으로 순간들이 이어지면서 맥락이 생기고, 거기서 의미가 생기는 게 바로 서사임. 서사를 이루는 문장들은, 문장 하나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음.

우울함을 느낀다는 건, 내가 일시적이든 만성적이든 서사성 인간이 되었다는 뜻임. 그것도 단순한 서사가 아니라, 앞이 끊겨 있는 단절된 서사에 몰두되어 있는 다소 특별한 서사성 인간.

"신호등을 기다릴 인내심이 없다", "그래서 빨간불에 그냥 뛰었다"...

"그래서 빨간불에 그냥 뛰었다"......

"그래서 빨간불에 그냥 뛰었다"......... 

나 그래서 그냥 뛰었다고 세상아, 나 이제 어떻게 해야 돼? 

그 자체로는 그 누구에게도 유용하지 않을 문장 하나를 애처롭게 붙들고 멈춰서서 외롭게 세상에 호소하는 상태, 그게 내가 바라보는 우울임.